남자의 심리를 파헤치다. 영역 본능과 피아식별로 보는 남자들의 세계관

 남자에 관한 이해를 원하는 여자들이 많을 것이다. 과거에는 '여자의 규칙'에 남자들이 따라와야 된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남자들이 아예 그 오래된 규칙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나는 여자와 남자가 지금처럼 치열하게 싸우다보면 둘다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무리 AI시대로 나아가면서 인간의 가치에 관한 재평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모면해야 되지 않을까. 


여자어에 관한 분석은 넘쳐나지만, 정작 남자가 세상을 인식하는 기본 단위인 '영역(Territory)'에 관해서는 다들 말을 아낀다. 너무 원초적이고 논쟁적인 주제라 그렇겠지만, 나는 그 경계선 너머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어차피 본질은 건드려야 보이는 법이니까.


남자의 세계는 철저히 '영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통제 가능한 영향력, 나의 규칙이 작동하는 환경, 나라는 생존 기계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이지 않는 성곽이다. 이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은 사전 승인 없는 적대적 행위로 간주된다. 상대가 남자라면 즉각적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여자라 할지라도 그 무심한 침범은 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비극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파고들자. 여자들은 관계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갈구하며, 때로는 타인의 영역을 '공익적'이라는 명분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의 접근이다. 하지만 남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규정한다. 여기서 남자가 말하는 '좋아하는 나라'나 '나의 집'은 고차원적인 공익 담론이 아니라, 내 존재의 연장선상에 있는 실존적 영역 그 자체다. 남자가 목숨을 거는 이유는 복잡한 명분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내 영역을 지키려는 생존 본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남성이 동질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개별 남성들이 영역을 정의하는 방식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사냥과 생존을 위해 '직접적이고 확실한 기준'을 요구했던 원시적 프로토콜이 깔려 있다. 여자들이 관계 내에서 '비언어적 행위'를 해석하며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해 왔다면, 남자들은 전쟁터와 같은 치열한 생존 현장에서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탈락하지 않기 위해 '확실한 경계선'을 긋는 쪽으로 진화했다. 즉, 남자들의 영역 본능은 과거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유산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남자들은 정서적 관계조차 '물리적 실체'나 '구체적인 가치'에 의해 재조정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사랑 없는 성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대표적이다. 여자들이 이를 정서적 모독으로 느끼며 집단적 반발심을 갖는다면, 남자들은 이것을 정서와 분리된 물리적 만족 혹은 정복의 행위로 치환하기도 한다. 여자의 관점에서는 잔인하고 역겨운 본능일 수 있지만, 남자에게 이는 생태계 안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실증적인 행위다. 현대사회에는 쓸모 없는 본능 일지도 모르지만,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여자들이 '사랑 없는 성관계'를 보면서 즐기는 남자들이 얼마나 역겨워 보일지 어느정도는 생물학적으로 진화심리학적으로 예측 할 수는 있다. 다만, 그렇게 성적 만족을 한 남자들이 여러 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이 아이러니한 상관관계를 어떻게 해석 할 것인가. 남자는 성적 만족에 의해서 강해지거나 파괴되지 않는다. 금기시 되지만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만, 그 강함도 방향성에 따라서 여자들에게 부정적일수도 긍정적일수도 있다. 


자연계는 필연적이지 않다. 노력한다고 보상받는 것도 아니며, 우연에 의해 삭제되기도 하고 우연에 의해 부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기만적이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남자들이 끝없이 피아를 식별하고 영역을 획정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변화하는 우연 속에서, 나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결국 우리는 필연이라는 고정값보다, 변동하는 영역을 관리하며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단백질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차갑고 냉소적일지라도, 이것이 내가 파악한 남자들의 생태학적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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