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영화 리뷰: 진짜 재밌는 작품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에 왜 이런 짓을?
영화관에서 영화 '호프'를 보고 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용두사미'의 전형이다.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포스터나 예고편만 봤을 때는 '이것저것 짜깁기했겠거니' 싶었다. 실제로 작품을 보니 특정 작품을 참고했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중반부, 인간 거인과 같은 괴물이 뒤쫓아오는 긴박한 장면은 '진격의 거인' 실사판을 보는 듯 매우 닮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았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총을 쏘고, 어디서 났는지 모를 무기들을 파밍하며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은 어딘가 모르게 '배틀그라운드'를 연상시켰고, 예비군 특유의 감성도 잘 살려냈다. 초반에 보여준 이런 장면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연기력의 부족 여부를 논할 필요조차 없었다. 한국 영화의 연출력과 연기력은 이미 최상급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서사를 쓰는 것인지, 스토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요소들을 전부 베껴오기만 했을 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철학적 요소는 완전히 배제한 채 겉모습만 흉내 내려 하니, 영상미는 화려할지언정 내용은 공허해진다.
아주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모델로 나온 화장품 광고를 떠올려 보자. 그들의 외모와 연기력 덕분에 상품은 잘 소비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입을 열어 본인의 철학이 담긴 말을 쏟아내는데, 예의도 없고 논리도 없이 그저 저급한 감정만 배설하고 있다면 어떨까? 아마 기존의 외모가 주던 가치마저 확실하게 하락할 것이다. 딱 그게 지금 한국 영화가 가진 문제점이다. 너무나 아쉽다.
'호프'는 패권 전쟁에서 밀린 외계인 그룹이 추적을 피해 한국으로 도망쳐 왔고, 그곳에서 '왕족의 핏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설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왕족의 핏줄을 시골의 한 사이코패스가 사냥해버린다. 외계인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심장'을 이식해 아이를 부활시키려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살해한다. 결국 이들과 한국인들이 전투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하늘에서 외계인 함대가 추락하는 장면은 '스카이라인'이나 '배틀크루저 추락' 장면과 비슷했다. 물론 그런 연출은 얼마든지 차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적 생명체'가 인간을 사냥한다는 설정은 모호했고, 무엇보다 전투 장면에서 총기 묘사가 너무 튀었다. 총을 다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무리 영점이 안 맞았어도 그런 식으로 사방으로 탄이 튀지는 않는다. 괴물을 향해 쏴대는데도 거의 빗나가는 설정은 아무리 영화적 허용이라 해도 한국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몰입을 깨뜨리는 요소였다.
총평을 하자면
초반의 '한국식 느와르 코미디' 요소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여자 경찰 캐릭터는 '극현실주의'적인 한국의 강한 여성상을 매우 잘 묘사했다. 사이코패스 역할의 연기 또한 최고였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이 무너진다. 사람이 7층 높이에서 떨어졌는데도 멀쩡한 모습이라니, 극현실주의로 시작해 판타지로 변하는 세계관의 급격한 변화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영화관을 나서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온갖 세계관을 다 끌어와 연출은 그럴듯하게 입혔지만, 정작 중요한 철학은 모두 빠져 있었다. 신선한 생과일주스가 아니라, '생과일 맛'이 나는 불량식품 주스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10점 만점에 6점 정도를 주고 싶다. 서사 점수는 사실상 0점에 가깝다. 다만 연출력과 연기력만 놓고 보면 9점은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가볍게 액션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권하지만, 탄탄한 서사와 철학적 깊이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작품이다.
